박성태의 비린내 사진과 사회 인류학의 의미


미항이라 불리는 여수에 오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갯바람에 묻어 와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이다. 갯가의 비릿한 냄새에서 우리는 잊었던 멀고도 먼 지난날 아득한 기억의 풍경이 생각날 것이다


먹먹한 고향, 올망졸망한 식구들, 소박하지만 결코 초라하지만은 않은 밥상, 된장에 소금 투성이 생선 한토막이 놓여있는 풍경. 기억해보라, 비린 냄새를 반찬삼아 호사롭게 끼니를 때우며 버텨내었던 시대의 풍경을 우리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박성태의 사진에서는 바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지난날 힘겨웠던 시대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현재 진행형의 사진인데도 말이다. 그렇다, 박성태가 찍은 비린내의 주인공인 갯가 사람들의 사진은 남도 사람들의 시대의 초상이며 지난했던 민초들의 삶의 역사 이야기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아득한 기억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시각과 후각이 어우러진 질펀하고도 질긴 갯가 사람들의 사진에서 사진가 박성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갯가 사람들, 고향 여수의 사회인류학 보고서이다. 포구와 수많은 섬이 종대를 이루고 있는 여수는 온통 비린내로 가득하다. 바다를 안고 처연한 삶의 노동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원초적 삶의 냄새의 정체가 바로, 비린내다.


골골(谷谷) 어디에든, 바닷길 수천 길을 돌아 들어온 그 비린 냄새와 피비린내의 생선들이 여수 처처에 그득하다. 사진가 박성태가 씨줄과 날줄로 엮고 꿰메고 다듬어 낸 비린내 사진은 결코 역겹지 않으며 사람과 바다 생물들이 만들어낸, 오히려 향수보다 더 은은한 생활의 향기를 담아내고 있다.


많은 사진가들이 어시장 사진을 찍어내었지만 박성태의 사진처럼 비린내의 속성과 질펀하고도 질긴 삶의 깊이를 제대로 목도해내지 못했다.

그저, 어시장의 고단하고 불쌍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겉모습만 표상(表象)으로 담아냈을 뿐, 비린내의 표의(表意)로서의 정체가 두텁게 담긴 사진은 담아내지 못하고 자극적인 모습을 비틀고 꺽어 극적인 장면으로 포장하여 눈물의 테러리즘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사진들이었다.


그러나, 박성태의 비린내는 갯가 민초들의 삶을 개인의 삶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시각으로 확대 해석해낸 사회적 서정성을 담보하고 있는 사진들이다. 이 시대, 갯가 사람들이 치열한 몸부림의 노동에서 찢어지고 짜낸 삶의 응어리를 영상언어의 구체성을 은유와 상징적 기호로 치환한 현실주의 사진의 견결한 미학으로 마감 질 한 사진이다.


지난 삶의 역정, 누구의 삶인들 힘들고 지난하지 않았을까마는, 특히 바다에 기대며 살아온 갯가 민초들의 삶은 더욱 고단했을 것이다. 작은 배로 성이 날대로 난 바다에서 삭신 꺽이며 파도와 맞붙어 수없이 목숨을 걸었고 모진 해풍에 살갖은 코끼리 등처럼 갈라지며 투박해졌다. 그곳에서 건져 올린 비린 생선으로 모진 배 주리고 있는 자식들 배를 채우고 문자를 익히고 일가를 이룰 양식과 맞바꾸었다. 이렇듯 갯가의 비린내는 문화 인류학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모자라고 부족하다. 배꾼과 갯가 사람들의 거칠고 치열한 삶의 몸부림에서 배인 지릿한 비린내는 여수 사람들이 일구어낸 치열한 삶의 시대적 초상이며 아울러 사회인류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멀리 울리는 뱃고동 소리, 달콤한 밤을 깨우며 먼 바다로 생을 길러 멀고 먼 길 떠나가고, 푸른 바다 밑에 마치 인간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펄떡거리던 비린내 물씬 품은 양식을 물 밖으로 끄집어 올린 온갖 잡어들이 새파랗게 추위가 서린 새벽 어시장 자판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 몰아쉰다,


아낙들의 거칠고 빠른 손에서 배가 갈라지고 내장이 쏟아진다. 핏물과 내장에서 차오르는 역한 비린내, 비린내. 아낙의 손질에 저린 몸통은 저렇듯 코를 찌르는 지릿한 삶의 내음을 묻혀 세상 밖으로 스물스물 퍼져나간다. 갯사람이 아닌, 뭍사람에게는 바다 속에서 건저 낸 생물들의 비린내는 그저 눈살과 코를 막는 몹쓸 냄새일 뿐이겠지?


부르튼 언 손, 수십 년 묵은 비린 땟자욱에 절은 앞치마에 감싸 녹히며 다듬은 생선과 맞바꾼 돈으로 새끼들을 건사하고 키워내며 질긴 생을 이어가는 갯가 사람들의 드라마보다 더 절절한 서사가 깔린 원초적 삶의 냄새를 뭍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렇게 박성태의 사진 속에서는 팔딱거리며 살아가는 갯사람들의 싱싱한 노동과 몸에 배인 냄새는 원초적이며 주린 배를 채우고 식구들을 먹이는 갯가 사람들의 양식의 냄새가 스며있다. 뭍사람들은 갯가 사람들의 생을 잘 알지 못하듯이 비린내를 건져 올리고 다듬어내어 돈과 바꾸며 살아가는 갯가 사람들도 비린내의 정체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냄새가 식구들을 키워내고 연명하게 하는 생명의 냄새인 것을 ...


이런 갯가 사람들은 오활하고 궁벽한 곳에서도 모질고도 질긴 삶을 살아내었고 코를 막을 듯 한 역한 비린내를 마다않고 받아낸 박성태의 사진의 진수가 비린내에 담겨져 있다.


어부들의 목숨이 미친 파도 속에서 불투명하게 출렁거리며 양식을 길어 올리는 바다, 거기에 식구 모두의 삶의 부표가 간당거리며 떠 있다, 두려운 밤 총총히 떠오르는 별을 믿으며 어둠속에서도 어부의 본능적 무의식 촉으로 비린 것들을 낚으며 식구들이 사는 갯가를 힐끗, 눈물나게 바라보며 그물을 끌어당기며 살아왔을 것이다.


박성태의 비린내 사진은 이 모든 것을 품는 함의적인 표현의 집합체이며 은유와 상징의 기호를 통해 진하고도 짠한 비린내의 메시지를 사회적 서정성으로 녹여내어 관객들에게 깊이 있게 전달한다.

붉디붉은 그물코에 걸려 말라있는 생선 한 마리.

여든이 훌쩍 넘은 할머니의 앞치마에는 절고 쩔은 두터운 비린내가 땟자욱과 함께 박혀 있다. 그 품에서 크고 자라난 아이들은 또 얼마일 것인가?


비린내 나는 선청가 난전에서 비린 것으로 허기를 떼우며 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의 모습에서 지난 시대의 삶을 반추해본다. 얼마나 기나 긴 날을 이곳에서 찬바람 매서운 추위와 찌는 듯한 더위를 견디며 양식을 벌어 들였을까?

이들에게 비린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성태의 사진에서 답을 찾아나서 보자


이기원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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